시속의 명상….상투적 신앙

내 영혼이 그럴 거다
세탁물처럼 때 찌들어
허물 벗듯 맡겨지는, 옷은
세탁소 기름통 속에서
숨도 못 쉬고 돌고 돌아
때 구정이 빠질 때에야
거의 질식한 상태로 꺼내진다.

교회당에 앉아 있던 나,
그토록 알몸이 된 적이
한 번이라도 있었던가.

모태로부터 지금까지 버릇되어버린
찬송과 회중기도와
뜻 없이 외우던 주기도문
아, 번질거리는 나의 기름때여!

시, 김상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