흑인예수
길바닥에서 자고 일어나
오가는 행인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
저 떠돌이 노인의 쓸쓸하고 텅 빈 얼굴 위에
그분은 와 계십니다
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
뒤따라온 백인 경찰의 구둣발과 몽둥이에
무수히 짓이겨진 저 니그로 청년의 피멍 든 가슴속에
그분은 와 계십니다
죽어서도 여전히
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머금고 있는
총 맞은 마르틴 루터 킹 그의 두툼한 입술 위에
그분은 와 계십니다
붐비는 저녁 버스
잠든 엄마의 새까만 젖을 물고 두리번거리는
눈빛이 잘 익은 머루알 같은 아기의 맑은 눈 속에
그분은 와 계십니다
사람이 사람의 제 길을 갈 때까지
세상이 세상에서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
나비가 나비만의 고운 하늘을 얻을 때까지
그분은 와 계십니다
(시, 이동순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