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속의 명상…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

 

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

그토록 애써온 일들이 안 될 때 이렇게 의로운 일이 잘 안 될 때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

“뜻인가”
길게 보면 다 하늘이 하시는 일인데
이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시키시려는 건 아닌가 하늘 일을 마치 내 것인 양 나서서
내 뜻과 욕심이 참뜻을 가려서인가


“능(能)인가”
결국은 실력만큼 준비만큼 이루어지는 것인데 현실 변화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해  

처음부터 지는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닌가  처절한 공부와 정진이 모자란 건 아닌가


“때인가”
흙 속의 씨알도 싹이 트고 익어가고 지는 때가 있듯이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데
세상 흐름에 내 옳음을 맞추어내지 못한 건 아닌가 내가 너무 일러 더 치열하게 기다려야 할 때는 아닌가

         쓰라린 패배 속에서 눈물 속에서 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

(시, 박노해 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