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속의 명상……나는 누구인가

나는 누구인가? , 본훼퍼

나는 누구인가?

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

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

어찌나 침착하고 명랑하고 확고한지

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

나는 누구인가?

 

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

간수들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

어찌나 자유롭고 사근사근하고 밝은지

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다는데

나는 누구인가?

 

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

불행한 나날을 견디는 내 모습이

어찌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

늘 승리하는 사람 같다는데

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?

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?

 

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병약한 나

목 졸린 사람처럼 숨쉬려고 버둥거리는 나

빛깔과 꽃, 새소리에 주리고

따스한 말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나

방자함과 사소한 모욕에도 치를 떠는 나

좋은 일을 학수고대하며 서성거리는 나

멀리 있는 벗의 신변을 무력하게 걱정하는 나

기도에도, 생각에도, 일에도 지쳐 멍한 나

풀이 죽어 작별을 준비하는 나인데

나는 누구인가?

 

이것이 나인가? 저것이 나인가?

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?

둘 다인가?

 

사람들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고,

자신 앞에서는 천박하게 우는소리 잘하는 겁쟁이인가?

내 속에 남아 있는 것은

이미 거둔 승리 앞에서 꽁무니를 빼는 패잔병 같은가?

나는 누구인가?

 

으스스한 물음이 나를 조롱합니다.

내가 누구인지

당신은 아시오니

나는 당신의 것입니다.

오, 하느님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