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속의 명상……십자가의 길

십자가의 길

내가 나를

업고 가는 길입니다

내가 나를

참아주며 걸어가는 길입니다

끊임없이

내가 나를 실망시킬 때에

나에게는 내가

가장 큰 절망이 될 때에

내가 나를 사랑함이

미워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에

괜찮다

토닥이며 가는 길입니다

위로하며

화해하며 가는 길입니다

십자가는

밖에 서 있지 않고

십자가는

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

휘청이며 넘어지며

깨닫는 그 길입니다

십자가의 길,

내가 나를 만나는 길입니다  

시, 홍수희